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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사진

Guide제휴 언론사 기자들이 촬영한 사진 중 포토M 과 공유하고픈 작품을 전시하는 공간입니다.

 

 

 

 

 

 

 

 

 

제107회 이달의보도사진상 : 생활스토리
구성찬 (국민일보)

바다와 하늘의 푸른색을 형언할 때 흔히 ‘쪽빛 같은’이라는 표현을 많이 쓴다. 고사성어 ‘청출어람(靑出於藍)’도 쪽풀보다 그로부터 나온 색이 더 푸르다는 의미에서 유래했다. 전통적인 푸른색을 대표하는 쪽빛은 마디풀과의 한해살이 풀인 ‘쪽’으로부터 나온다. 무심코 지나치면 그저 잡초로 알만한 여린 초록잎 속에 시리도록 푸른빛이 숨어있다.
쪽풀로부터 ‘바다와 하늘을 머금은 빛’을 얻어내는 과정은 결코 녹록하지 않다. 지극한 정성에 지긋한 기다림이 더해져야 한다. 우선 정성껏 기른 쪽풀을 거둬 물에 담가 오랜 시간 우려내 청록색 색소를 분리한다. 여기에 굴 껍질을 구워서 만든 석회가루를 넣고 당그레(곡식 등을 끌어 모으는 농기구)로 오랫동안 저어주는 수고가 이어진다. 이렇게 만든 쪽물을 침전시켜 앙금을 가라앉히고 헝겊을 깐 시루에 받쳐 걸쭉해진 색소 ‘니람(泥藍)’을 얻는다. 니람에 콩대나 쪽대를 태워 만든 잿물을 넣어 한 달 동안 매일매일 저어주며 발효시키면 비로소 최고의 쪽물 염료가 완성된다.
여러 단계에 거쳐 많은 품을 들여 얻어낸 쪽물로 직물을 염색하는 방법도 간단하지만은 않다. 무명천이나 인견과 같은 식물성 섬유를 쪽물에 넣었다 꺼내 다시 맑은 물에 담갔다가 햇빛에 말린다. 말렸다가 다시 쪽물에 넣는 과정을 계속 반복하는데, 반복 횟수와 시간에 따라 쪽빛의 농담을 조절할 수 있다. 자연의 재료에 햇빛과 바람이라는 자연의 힘을 얹고 사람의 정성이 보태질 때, 비로소 하늘색에 남색이 어우러진 오묘한 쪽빛이 탄생하는 것이다.
전남 나주 샛골의 전수관에서 만난 정관채 염색장(染色匠·중요무형문화재 제115호)은 전통 쪽 염색의 가장 큰 매력으로 ‘보면 볼수록 깊이 있는 감성적인 아름다움’을 꼽는다. 그는 “천연염색에는 화학적 합성염색에서 찾아 볼 수 없는 품위가 있다”고 강조한다.
한때 사라질 뻔했던 ‘고유의 빛’을 복원해낸 색채의 장인은 쪽빛의 새로운 가능성을 함께 모색하고 있다. 가내수공업으로 전수되는 형태를 뛰어넘어 과학적인 연구를 통해 쪽빛의 세계화를 추진 중이다. 실제로 정 염색장이 개발한 쪽물 들인 청바지는 한 다국적 의류업체가 주최한 ‘블루진 페스티벌’에서 세계인들의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좀 더 많은 이들이 공유할 쪽빛의 가치는 그 특유의 아름다움뿐만이 아니다. 쪽 염색이 방충, 방부, 항균에도 뛰어난 효과가 있다는 사실이 입증되면서 ‘웰빙 천연소재’로 새롭게 각광받고 있다. 쪽물로 염색한 옷이 알러지나 아토피 치료에 도움을 준다는 연구결과도 이를 뒷받침해준다. 예로부터 쪽물을 들인 천은 좀이 슬지 않고 그 빛을 천년동안 이어간다는 말이 오늘날에도 유효한 것이다. 쪽풀을 우려낸 고운빛이 전통의 재창조라는 쪽빛 청사진에 새로운 푸른빛을 입혀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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